201115 PM 04:23
《그날 밤 우리는 비밀을》 읽었다~~~
그런 중요치 않은 것들 때문에 사람은 사람을 좋아하게도 되지. 그러나 중요치 않은 것 때문에 결코 좋아하지 않게 될 수도 있어. 어쩌면 그럴 거야.
(11p, 나의)
착한 일 많이 하면 없어진대. 네 잘못은 아니야. 우리 엄마가 그랬어.' (...) 내 잘못은 아닌 거라면, 그럼 누구의 잘못인 걸까?
(19p, 나의)
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너는 다정한 사람이니까 내 어깨를 감싸며 이해한다고 말하겠지만 정말로 이해할 수 있을까. 밤하늘의 무수한 점과 점 속에서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던 그 순간을 너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거야. 그래서 난 이야기하지 않을 거야.
(32p, 나의)
시간은 충분했다. 자학할 거리가 아주 많았으므로 현진은 서두르지 않았다.
(57p, 눈그림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설영이 혼자 녹아 버리지 않도록.
(74p, 눈그림자)
우리 둘 다 모르는 체하지 말아야 했다. 여자의 울음소리가 바람개비 소리라고 우기지 말아야 했다.
(102p, 안개)
못 찾았어?
아직.
어디 있을까?
아무래도, 좀 더 넓은 곳 같아.
넓은 곳?
응, 아주 넓고 확 트여서 시선이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 곳.
(124p, 생각을 보는 소녀)
나의 (최상희) | 스스로 눈에 띄지 않는 '점'이 되길 선택한 아이와 유일하게 아이를 점으로 보지 않았던 또 다른 아이의 이야기. 작중 묘사가 굉장히 아름답고 신비했던 기억이 난다.
악의라곤 없었던 말이 누군가에겐 지독한 악의로 돌아설 수 있음이 인상적이었다.
눈그림자 (윤이형) | 민준아! 미친놈아
현진이 성에 대해 당당한 모습을 보인 데 비해 비겁하게 회피하고 침묵하던 민준이었는데, 설영에게는 만만했는지 막말을 해대는 거 보고 개빡쳤음... 동경하던 대상이자 동시에 자책의 원인이기도 했던 설영을 돕기로 결정하면서 연대의 여운을 남기는 현진의 모습이 좋았다.
안개 (김해원) | 읽을 당시에는 큰 감흥을 못 느꼈는데, 해설을 읽고 나니 뭔가 또 보이더라.
데이트 폭력(나아가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여성들의 이야기였다. 할머니는 남들의 시선 때문에 대대로 이어진 폭력을 참았고, 엄마는 폭력에 시달리다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주인공 미소 역시 애인과 교제하며 폭력에 노출되고 가스라이팅을 당한다. 이런 억압의 굴레를 끊은 것은 평소에 말도 제대로 섞지 않았던, 중국에서 왔다는 미소의 새엄마. 새엄마의 용기를 마주한 미소가 그를 돕고, 폭력적인 애인과의 관계를 끊어낸다는 결말은 앞으로의 희망을 암시한다. 중요한 소재가 '만두'라는 것도 무척이나 상징적이었다.
생각을 보는 소녀 (최정화) | 이거 소설 전반적인 이미지가 진짜 좋았다ㅠㅠ 전개가 자칫 유치해질 수 있었는데도 묘사가 너무 예쁘고 너무 매력적이라서 빠져들듯 읽었던 거 같아❣ 진짜 최근에 읽은 작품 중에 제일 취향이었다. 내가 나리 같은 사람이라서 더... 나는 사실 초능력을 물어보면 늘 남의 생각을 읽고 싶다고 대답했거든. 그게 이런 마인드에서 비롯된 걸까 생각하게 되었다. 내 생각도 잘 모르면서 왜 남의 생각에만 온 정신을 쏟았는지.
52hz (김혜정) | 으음,,, 사실 이걸로 처음 이 작품집을 알게 된 거긴 한데, 그리 취향은 아니었다. 뭔가 사랑을 방해하기 위한 장애물!!! 로서의 학생들과 교사의 모습이 나오는데 이것 참.
작품에서 나온 장면을 일일이 반 애들이 촬영하고 악편해서 "쟤네 레즈래요~" 했다는 설정인데 현실적으로 말이 되나... 이렇게 작위적일 수가 없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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