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정우 단독 콘서트 〈Ding!〉
일시: 2024.12.28 19:00
장소: 노들섬 라이브하우스


연말에 공연이 또 있으니까 많이 와 달라고 하셨는데
그럼 내가 또 12월 일정을 8월부터 예약해 놔야지... 가야지 어떡해.


왠지 1집 수록곡은 많이 안 해 줄 것 같아서, 버스에서 내내 들으며 갔다. 예상이 주효했다.
나는 최애곡 고르라고 하면 보통 옛날이야기 해주세요와 클라우드 쿠쿠 랜드 중에 고민한다. (인디 잘 모르는 사람한테는 나름 타이틀곡인 클쿠랜 알려주고, 좀 대화가 통한다 싶은 사람한테는 옛날이야기해주세요 알려준다. 새벽에 꼭 이어폰 끼고 눈 감고 집중해서 들어보라는 당부는 덤으로.)
근데 1집의 모든 노래를 평등하게 사랑해
그니까 최애곡은 명백히 1집 밖에 있는데,
최애 앨범은 1집밖에 없는 거야... 그럴 수밖에 없는 거야
숙취 / 일기장 / 숙희에게 / 외로움
이 네 곡은 언제라도 라이브로 꼭 들어보고 싶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엠디 욕심은 없는데, 그래서 여유 있게 도착했더니 이미 다 품절이었다. 이거 관련해서 정우님이 언급을 하셨다.
저번에 왕창 뽑았더니 재고가 너무 많이 남아서 상자 끌어안고 눈물을 훔쳤는데(ㅋㅋㅋㅋㅋ), 이번엔 조금만 뽑았더니 바로 품절 대란이라고.
아무래도 재고 상태를 다들 알고 구매하시는 거 같다고 주장하심
볼 때마다 느끼지만... 참 귀여우시다. 동의 없이 함부로 누굴 귀여워해도 되나 싶어 자제하려 노력하는데, 저 멘트 듣고선 도저히 못 참겠더라고. 귀여워 세 음절이 나도 모르게 속에서 식도 타고 올라왔다. 다행히 오다가 목젖 6부 능선에서 검열돼서 실제로 공연 중에 갠멘 뱉는 불상사는 없었다.

후기를 바로 써둔 게 아닌지라... 기억에 남은 부분만 채택해서 소상히 써 보려 한다.
대부분 템포 빠른 노래일 듯?!
저화질 영상을 더 저화질로 캡쳐해서 쓰는 글이라... 사진 퀄리티는 감안 부탁 ^.^


충동 1분, 들불
난 개인적으로 잔잔한 노래보다 리듬 탈 수 있는, 락 사운드 충만한 노래를 좋아한다. 그래서 클쿠랜 앨범에서도 저 두 곡 되게 좋아했음 ///
(가사 차치하고) 일단 신나는 노래로 포문을 여니까, 진짜 공연 보러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연말 최고의 선택.
전석 좌석인데도 다들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게 아니라, 적당히 리듬을 타거나 가사를 입모양으로 따라 부르거나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공연을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도 좋았다!


Gust-낡은 괴담
위에 적어놨듯 나는 최애곡으로 보통 옛날이야기 해주세요와 클라우드 쿠쿠 랜드를 꼽는다. 근데 후자는 타이틀이라 어디서나 해 주시는데 반해 전자는 들을 일이 많이 적어졌단 말이지?
근데 여기서 사랑해 마지않는 그 내레이션이 나왔다. 그 상태로 Gust 들어갔다가, 낡은 괴담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게 너무 좋았다. 얼마나 좋았냐면 세션들이 자연스럽게 리듬 타는 것까지도 좋아 보였다.
그때 그게 뭐라고 그렇게 가슴이 벅찼는지 모르겠다.
연가
(이건 영상 못 찍음 ㅠ.ㅠ)
새롭게 편곡해서 가져오셨는데... 개인적으로 제일 기억에 많이 남은 노래였다. 충격적일 정도로.
원곡은 하얀 입김이 나는 겨울 느낌이라고 생각했는데, 편곡한 노래는... 뭐랄까. 하나의 노래에서 사계절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할까.
내가 계절감을 구분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사운드가 적고 보컬이 강조되는 조용한 노래는 겨울, 반대로 사운드가 확실히 풍성하고 빠른 노래는 여름.
겨울에서 여름으로 가는 중간인 봄은 곡이 진행될수록 조금 더 사운드가 많아지는 느낌, 가을은 반대로 적어지는 느낌.
근데 연가(2024 ver.)는 워낙 다채로워서 모든 게 다 느껴졌다.
캐롤풍 같기도 하고, 따스한 햇살 느낌도 나고, 어디선가 선선한 공기도 느껴지고, 평화로운 해변가도 그려지고... 아무튼 사계절의 모든 긍정적 이미지를 다 노래 하나에 녹여낸 거 같아서 듣는 내내 탄성을 참았다.
아... 정말 이런 게 좋다. 단편영화 한 편 본 듯한 노래(=정우 전매특허)가 좋다.


클라우드 쿠쿠 랜드 - JUVENILE
너무너무 좋아하는 구간 🥹🥹
클쿠랜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정말 몇 달 동안 하루에 한 번씩 들었는데도 아직도 질리지 않고 좋아하는 노래로...
라이브로 봐도 여전히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좋아할 자신이 있다. 사실 지금도 듣는 중이다.
JUVENILE도 ㅋㅋㅋ 말했잖아 나는 빠른 노래 좋아한다고.
4음절 꽉 채워 조립해 놓은 가사도 처음 들었을 때부터 기발하다 생각했다. 여러 모로 제목값을 하는 곡임... 노래에서 질풍노도의 맛이 난다.


Ding!
공연 소개글을 쓰고 난 직후, 이 곡을 써야겠다 하는 생각에 만든 노래라고 하셨다. 당연히 미공개곡.
너무너무 좋았다... 듣는 순간 이미 좋았다. 처음엔 낯을 가릴 만도 한데, 이건 진짜 좋았다. 정말이지 황홀할 만큼...
전주 3초만 들어도 하트 누를 수 있는 노래가 있다. 나에게는 이 노래가 그랬다. 분명 노들섬 한가운데에 앉아 있는데, 우주를 유영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멜로디 사이사이에 별가루를 담아두었을까.
불을 삼킨 뜨거운 속도로 내가 널 향해 부딪칠 거야
정말 이런 가사를 어떻게 쓰냐고.
불을 삼킨
뜨거운 속도로
내가 널 향해 부딪칠 거야
하나씩 뜯어봐도 평범한 가사가 아닌데, 하물며 이 세 구를 어떻게 조합할 생각을 했느냐 백 번째 묻고 있다.
보법의 수준이 아님 진짜 주파수가 다르다...
너무너무 좋아서 집 오는 길에도 계속 돌려 들었다. 계속 계속 계속... 6분이 넘는 노래를 열 번 가까이 들었다. 정말 긴 노랜데도 끝날 때마다 아쉬웠다.
이 곡을 현장에서 들은 것만으로도 오늘 공연 온 값어치 다 하고도 남는다.
라고 생각하고 있던 와중

철의 삶
앵콜이 철의 삶이었다.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헉 했다.
예전에 블로그에도 썼는데, 이 노래를 잘 못 들었다. 꼭 중간에 심호흡 한번 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진정하고 들어야 했다. 그만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렁임을 내게 선사하는 노래다.
이걸 한 번에 들을 수 있게 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라이브로 들은 철의 삶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정우님을 좋아한다. 사랑은 아니고...
20년 넘게 함께 살아온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하물며 사적으로 말 한 마디 해본 적 없는 분을 사랑할 수는 없다. 그게 가능한 사람도 있겠지만, 난 아니다.
사랑이 무엇일지 알지 못하는 건 예와 같다. 아마 평생을 연구한들 제대로 된 답을 찾지 못할 테지.
나는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한테 사랑한다고 말하고 사랑하는 사람한테 좋아한다고 하며 의도적으로 사랑의 개념을 오용한다. 그렇게 책임을 회피하려 애써 왔다.
그러나 정우님이 선물했던 이날의 벅참을 사랑해. 꽉 채워서 행복했던 그 시간을 사랑해.
아마 오래도록 되새김질하겠지. 2024년 겨울 냄새를 노래에 저장해서 계속 듣다 보면 올해를 겨울을 그 시간이 쌓여 형성된 기억을 그리고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게 된다. 그게 고맙다.


근데 너무너무 좋아서 어느 순간 티셔츠 줄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매일 보는 물건에 내 행복 가득 담아야지 행복을 반납 안 하고 연체될 때까지 꼬옥 끌어안고 살아야지
생판 남인 나의 12월을 행복하게 해 주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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