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ple Angel Wing Heart SAHARA
[문학/소설] 《연년세세》 | 황정은
202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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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0 PM 11:49

황정은 연작소설 《연년세세》 읽었다.


거짓말, 하고 생각할 때마다 어째서 피 맛을 느끼곤 하는지 모를 일이라고 한영진은 생각했다. 
(84p, 하고 싶은 말)
당신이 그 사람이냐고 서로 물을 것도 없이 닮은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순자야
내가 어머니를 닮았다는 걸 나 그때 비로소
(137p, 무명)
어른이 되는 과정이란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 일인지도 모르겠다고 하미영은 말했다. 이미 떨어져 더러워진 것들 중에 그래도 먹을 만한 걸 골라 오물을 털어내고 입에 넣는 일, 어쨌든 그것 가운데 그래도 각자가 보기에 좀 나아 보이는 것을 먹는 일, 그게 어른의 일인지도 모르겠어. 그건 말하자면, 잊는 것일까.
(146p, 다가오는 것들)
하미영은 웃으면서 증오의 뉘앙스는 만국이 공유하는 것인가보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그것이 그렇게 강하고, 쉬운가봐. 그런가봐.
(154p, 다가오는 것들)  
오늘 처음 봤는데 네가 익숙해서, 어색해. 
(171p, 다가오는 것들)

올해의 (아마도) 마지막 소설책.
진짜 여운 미치게 남는다....... 하 더 고상하고 예쁜 말로 표현하고 싶은데 지금 고장 난 로봇처럼 어.여.여운.여어... 어어어 뭐지? 이러고 있믕
진짜 어떤 구체적인 감상보다도 '여운'이라는 말만 생각난다. 진짜 진하게.
 
너 무 좋 아
근데 지금 옆에 책이 없어서....😢
생각나는 것 지극히 일부만 적어보자면 
 
하고 싶은 말 | 처음 읽을 땐 몰랐는데 다시 읽으니까 으아 ㅠㅠㅠㅠㅠ 너무 ㅠㅠㅠㅠ
김원상이 악마처럼 나쁜 사람이 아니라 단지 생각이 게으른 사람일 뿐이라는 시각이, 이순일이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말을 꺼낼 때 밤이 늦었다는 말로 이를 끊어내는 한영진 역시 '그런 사람'의 양상을 띤다는 암시로 발전하는 게 보이니까 진짜,,, 어떡하면 좋지. 
 
다가오는 것들 | 처음 읽는 순간부터 세진과 미영의 관계가 좋았다. 그 편안하고 덤덤하고 안정적인 거리감이 마음에 들었고, 둘의 사이가 세진의 입을 통해 확정되고 제이미에게 전달되는 순간의 전율이란 말할 것도 없네. 특히 미영 씨가 말하는 재질이 사람 뒤집어지게 울게 만들ㅇ.ㅓ... 너무 좋아
노먼의 딸 제이미가 세진을 '언니'라고 부르는 까닭은 어디에서 기인할까. 그런 점들을 생각하는 거다.
 
 
 
주요 인물들을 '가족'이라는 범주로 묶고 소설을 '가족 이야기'로 뭉뚱그리기에는 작중 '엄마'와 '딸', '언니'와 같은 호칭이 그리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순일, 한영진, 한세진이라는 본연의 이름으로 등장할 뿐. 그래서 초반엔 이순일 씨가 아버지인 줄 알았다. 가족 이야기일까, 혹은 개인의 이야기일까.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이고, 또 딸이자 언니인 한영진의 이야기일까 혹은 특출난 판매원 한영진 씨의 이야기일까.
이런 부분을 생각하다 보니 연작소설이라는 형식 역시 의미 깊게 다가왔네. 이어져 있지만, 또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들. 어쨌든 가족은 가족이니까 이어져 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한 사람으로서 한 개인으로서 각자의 고민과 사연과 깊은 생각들을 품고 각자의 텍스트를 치열하게 써내려간다는 게... 각각의 텍스트는 얼핏 독립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 사이사이로 이어져 있다는 게 몹시 상징적이고 문학적이고 여운 남고 좋았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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