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적어도 두 번》 | 김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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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09 PM 03:01
강의 듣기 싫은 거 에반데
《적어도 두 번》 어제야 겨우 다 읽었다.
미래엔 인간보다 로봇이 많아질 텐데 그때가 되면 난 비정상이 아니라 그저 인간이 될 수 있다. 차라리 인간 따윈 그만두고 로봇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로봇은 남자 여자 구별 없이 그저 로봇일 뿐이니까.
(22p, 호르몬을 춰 줘요)
그때 유파고의 죽음이란 생각이 편의점 앞 담벼락에 기대어 저를 보았습니다. 그 생각은 여자였고 눈이 반쯤 감긴 얼굴로 제게 악수를 청했죠.
(46p, 적어도 두 번)
만약 누군가 제가 한 인용의 거짓을 밝히려면 도스토옙스키가 쓴 글을 전부 읽어야 할 테죠. 하지만 누구도 그런 수고를 들이지 않을 겁니다. 그것이 제 거짓의 근거입니다. 사람들의 무관심과 게으름.
(50p, 적어도 두 번)
레사는 사주팔자 명리학은 자기에게 적용하는 성찰이고 수양이지, 남에게 악담을 퍼붓는 게 아니라고 했다.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면, 그게 모여 사주팔자가 된다고. (...) 그러니까 운이 좋고 싶으면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어디 가서 신발 벗으면 뒤축을 가지런히 모아넣고. 귀찮아도 양치질하고 자고. 무엇보다 남이 나에게 해주길 바라는 것을 내가 남에게 해주고.
(125p, 물질계)
그녀는 외국어를 배우듯 애인을 사귀었고 능숙하게 말할 수 있을 때쯤 이별했다. 그 시간 동안 강투는 가게에 있었고 해연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그림을 그렸다.
(158p, 모여 있는 녹색 점)
나는 이미 죽고 나의 찌꺼기들이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연기했다. 무엇을 연기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결말이 정해진 드라마의 단역 배우였고 내 역할은 오직 다른 이의 기쁨을 위한 경쟁률의 오른쪽 숫자였다.
(176p, 에콜)
흔히 길을 잃었다고 하지만 길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다. 찾아야 할 것은 길이 아니라 지금 그가 서 있는 위치였다.
(190p, 스프링클러)
세방은 찬 유리에 이마를 대고 생각했다. 세상의 첫 페이지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그 어떤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는 최초의 상태. 아니, 이론에 따르면 태초의 모습은 백지가 아니라 묵지에 가깝다. 그러니 지금 이곳은 세상의 첫 페이지가 아니라 마지막 페이지겠지.
(201p, 스프링클러)
단편집이다.
표제작인 <적어도 두 번>이 인상적이었다. 정말로 '적어도 두 번'은 읽어야 제대로 이해가 되는 작품 같았음.
나는 한 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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