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시] 《샤워젤과 소다수》 | 고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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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 5.0
샤워젤과 소다수

재밌게 읽었다.
솔직히 난 3.5점 줬지만 왜 그렇게들 열광하는지는 알 것 같았다.걍 포타 감성이던데
헉말해버렷당
평론 읽다 보니 기성 문학을 향한 반항, 유쾌한 MZ의 반란, 대충 이런 식의 코멘트가 엿보였는데(저 워딩은 아니었다😅)
흠
솔직히걍 당연한거아냐?!??? 싶엇다
인터넷 밈을 그렇게 갖다썼는데ㅋㅋ
장례식장에서하면안되는것은?부활~
ㄴ 그럼 다시 죽어!!!
ㄴㄴ 넵!!!
이러고있는데지금(비유 아니고 ㄹㅇ 저 비슷한 말을 씀)
걍 트위터 팔로잉 283 팔로워 3,478명인 일상문학계정의 트윗 모음집 같았다...
가끔은 감히 따라도 못 할 어휘랑 감성으로 주옥같은 명언 남기고 알티 타는데
평소엔 걍
홍대가면 시인인지래퍼인지 구분이안됨,
교수님이무서워서돌연사!<살아남아라!개복치 中>,
제발 현실을 살아.........,
엄마는 블루베리가 눈에 좋다고 좋아한다... 사실 엄마는 원래부터 블루베리를 좋아한다 *
이런 트윗 10초 텀으로 올리는 계정들 있잖아.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 예시는 전부 시집 속 실제 시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예컨대 스트릿 문학 파이터 < 이런 걸
친구 블로그 주제나 몰되 아이디어 회의가 아니라
“시판되는시집”
에서?만나게되면??
나는아무래도좀당황스럽지?????
아아 시라는 건 이토록 일상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나와 내 친구들 삶이 곧 서정이도다
그러나 느좋이도다, 하며 읽은 면도 없지 않다
입문자를 위한 시집
여름 냄새 나는 책
이 정도 타이틀로 추천은 충분히 할 수 있을 듯

여름 오후의 슬러시
-
슬러시에 꽂힌 빨대 하나로
너와 감기를 나눠 마시는 생각
왜 이렇게 기우뚱하게 걸어
금붕어도 멀미를 느낄까
-
열기를 견디는 것까지가 경기이듯이
여기를 견디는 것까지가 규칙이다
-
슬러시에서는 열대과일맛이 났다
맛이라기보다는 향에 가까운
우리는 기후를 베끼려 했다.
-
증상인지 사랑인지 구분되지 않는 나의 멀미
오후와 주황빛은 잘 어울리고 아주 잘 어울리면
거의 투명해 보인다
-
체육대회가 끝난 다음날의 기분
계단에서는 언제나 짜고 시큼한 냄새가 난다
14p

오! 라일락
-
언니는 딱 한 번 나와 급식을 먹어주었다 내가 배식 당번이 되었을 때 언니의 식판에는 요구르트 두 개가 놓였다 언니와 같은 고등학교에 지원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랑하면
어디까지 해줄 수 있어?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다
너무 많은 나를 길러낸 다음에도
울퉁불퉁 사춘기가 잘 접히지 않아서
-
구슬을 너무 많이 꿴 팔찌가 툭 끊어지듯
나를 쏟으면 개중에 몇몇은 분실했다
-
28p

내가 가장 귀여웠을 때 나는 땅콩이 없는 자유시간을 먹고 싶었다
-
내가 가장 귀여웠을 때 나는 아무도 나를 모르기를 바랐다 나를 아는 사람은 모두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서 충치 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 단맛을 좋아한다는 게 부끄러워서
예쁜 조약돌을 발견하면 주머니에 넣고 보는 습관이 있었다 숨겨놓고 나만 보고 싶은 마음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엇갈렸다
어떤 감정은 크리스마스가 지나고도 치우지 않은 장식 같지?
-
다시 보고 싶었던 드라마들은 이제 여러 OTT 플랫폼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어서
다시 보고 싶지 않아졌다
-
땅콩이 없는 자유시간은
이미 출시되었다가 단종되었다고 한다
34p

알프스산맥에 중국집 차리기
-
그후로도 나는 몇 번쯤 고용되었고
하루에 몇 시간씩 노동했다
사는 게 좋았던 적
사는 게…… 설렜던 적
있다
창백한 복도 같은 표정들에게
올여름에는 눈사람을 만들고 싶습니다
썰렁해진 분위기에도 입술이 찢어지도록 웃었지
나는 가끔 온몸에 아이젠을 두른 사람
-
웃는 얼굴에 침 뱉기는 어렵지만
웃는 얼굴로 침 뱉기는 참 쉽다
52p

수정과 세리
나는 수정과 세리를 대학교에서 만났다 우리는 자주 우리였고 서로의 뿔을 아꼈다
깨지기 직전의 유리컵 같은 무구함
이미 젖은 휴지로 물이 흥건한 테이블을 닦았다
테이블은 언제나 다리 하나가 모자랐다
-
소음이 가득했던 날들
아무도 망가뜨리지 않았는데 저절로 망가지던 스물
수정아
세리야
견딜 만한 불행 앞에서 우리는 참 기계적으로 슬펐어
주머니는 있는데 외투가 없었어
깨지기 직전의 유리컵을 미리 깨뜨려두었어
-
얘들아 우리는 우스운 소문이 되자
그런 건 해독하지 않아도 돼
수정은 고요하게 깨질 줄 알고
세리는 기계적인 웃음을 모른다
교정에 핀 개나리가 한낮의 별처럼 희미하게 흔들릴 때 우리는 참 시끄러웠다 닫힌 문을 모조리 열고 다녔다
이제 깨지기 직전의 유리컵 같은 예민함은 없지만
시간의 긴 뿔을 부러뜨려 잠긴 문을 여는 능숙함이 남았지 도둑처럼
문 안팎의 소문을 훔쳐다가 다시 뿔을 벼리는
우리는 학교 바깥에서 만났다 헌옷 수거함 같은 표정으로 만나 빈 주머니의 소음을 공모했다
모두가 져버려서 아무도 지지 않는 게임을 도모했다
-
90p

반딧불이와 금붕어
-
5월, 너의 생일이 여름처럼 다가오고 나는 식물의 시든 줄기를 바라본다
이렇게 많은 사진을 찍을 필요는 없었을 텐데 환한 햇빛 아래 내가 출력되고 있다
-
젖은 편지지에만
적을 수 있는 마음이 있었다
98p

파르코백화점이 보이는 시부야 카페에서
-
왜 너의 이름은 료타나 료스케가 아닐까
유리창 밖으로
시간이 달콤하게 낭비되는 거리
-
아 지긋해 아 영원해
모두가 귀엽고 비정해
왜 내 이름은 미유나 미즈키가 아닌 걸까 어디서든
간절하게 살고 싶진 않지만
소파가 푹신푹신해서 너와 몸을 포개고 싶다
약 맛도 모르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싶다
료타나 료스케가 아닌 네가 나를 어떻게 무너뜨리겠니
그냥 뭉개버려줘
-
시부야는 파르페에 얼굴을 처박고 우는 상상을 하기에 좋아
내가 말하자 너는 한쪽 눈만 슴벅거렸다
104p

몬스터의 유품
-
이봐, 몬스터
너에게도 엄마가 있나?
죽은 몬스터는 미동도 없이
차갑게 굳어갔다
나는 엄마의 유품이거든
누군가의 유품을 전리품으로 챙기는 심정이란
고독하군
-
이봐, 모험가
내 이야기는 끝났으니 이제 사냥을 시작해
사냥이 끝나면 네 이야기를 들어주지
나는 그 이야기가 네 유품이 되기를 바라지만 말이야
128p

어떻게 지내?
하루살이처럼 매일 죽으면서 지내는데
-
장판에 발바닥이 쩍쩍 달라붙는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게 미신 같다
-
어떻게 지내?
벌레처럼
미워하거나 사랑하지 않아도 죽일 수 있다는 마음이
나를 번번이 무너뜨린다
식기 전에 먹어
접시 위의 떡은 미움이나 사랑의 대상이 되지 않고도 모락모락 김을 피워올렸다
때때로 나는 관상용이니까
보여주겠다 얼마나 질긴지
-
내가 기르는 인간이 조금 죽은 것 같아
오래 들여다볼수록 영특한 인간이었는데
신께서
기르시는 생물이라 하는 말씀은 아니지요?
묻자, 신이 나의 목을 졸랐다
130p

세기말을 떠나온 신인류는 종말을 아꼈다
-
나는 노래도 못하고 악기도 못 다루지만
밴드부에 들고 싶었어
중학생 때 멋지다고 생각했던 것들은
절반쯤 기억나지 않고
또 절반쯤 여전히 멋지다
무한궤도 서태지 패닉
뒤늦은 사랑이라는 말은 말이 되지만
뒤늦은 그리움이라는 말은 말이 안 되지
그리움에는 제철이 없어서
비밀 아지트 다락방 타임캡슐
그런 걸 떠올릴 때
숨 참는 표정이 된다
-
150p
다음에 올릴 책: 인문교양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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