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
4.0 / 5.0
[감상]
소와 돼지와 각종 가금류를 차에 싣고 수송한다
라는 생각을 제대로 안 해봤다 사실.
하물며 우리는 눈사람 부수는 사람한테도 거부감을 느끼는데...
무생물에게 가혹하게 대하는 사람도 비난을 받는데, 왜 동물에게 가혹하게 대하는 건 너무도 자연스러운 광경이 되었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더 가면 종차별 문제와도 얽혀 있고.
아 사실 너무 어렵다 채식 문제는
당장 나만 해도 고기 즐겨먹는 사람인데
육식하는 사람들더러 뭐라 할 수도 없고...
생각할수록 자기모순에 자꾸 빠지게 된다.
그런 생각 중이던 내 눈에 들어온 게
고기 좋아하는 일반인이던 저자가 완전채식을 실천하려다 실패한 썰이었다.
저자가 채식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어딜 가든 채식 버거를 찾아야 하고, 주변 사람들 다 고기 먹을 때 나만 채식해야 하고, 채식에 대한 입장이 조금이라도 명확하지 않으면 조롱거리가 되기도 하고... 여러 고충이 많았지만
제일 어려운 건 눈앞에 고기가 있을 때 먹고 싶은 충동을 참아야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결국 고기를 먹으면 지인들이 “채식주의자가 고기 먹어도 돼?~?~?!~?!” 하며 놀리는 반응도 있었다는데, 이입해 보니 이런 것도 꽤나 스트레스겠다 싶었다.
이처럼 장벽이 높은 완전채식 대신 저자가 제안하는 게
‘리듀스테리언(Reducetarian)’이다.
제목처럼 고기를 아예 안 먹는 게 아니라 절반만 먹겠다는 취지.
한 명의 비건보다 열 명의 어설픈 비건 지향인이 낫다?
뭐 그런 말이 생각도 나고.
완벽주의에 대한 강박 때문에 과제 제출도 못하면 0점이지만
엉망이더라도 일단 내면 부분점수는 받는다는 것도 생각이 나고.
어쨌든 뭐라도 변화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0보단 생산성 있는 짓일 테지.
여러 모로 흥미롭게 읽었다.

다만 유용성과 별개로 뒤로 갈수록 잘 안 읽히긴 했다.
내가 알고 싶었던 건 환경 파괴에 육류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육류 소비량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환경 보호 효과는 얼마나 되는지, 그런 거였다.
제목을 보고 그런 내용을 기대하기도 했고.
근데 이 책은 초기인류의 육류 소비는 어떻게 기원했는지, 정치와 육류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육류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공장의 공정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전달하려고 함
후반까지 계속 그런 얘기만 하고 환경 얘기는 거의 안 한다.
오히려 동물 복지 차원에서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단 얘기를 하는데,
이것도 다소 감정적 서술(“저렇게 예쁜 소들을 끔찍하게 도살하다니!”)에 가깝기에
객관적 수치가 궁금했던 나로선 딱히 수확이 없었다.
솔직한 감상으론
쓰니가 아는 게 진짜 많으시다...
집필하는 데 진짜 오래 걸렸겠다...
란 느낌은 받았으나
그만큼 주제 전달력 측면에선 아쉬웠다.
하나의 토픽에 집중해서 쓰는 게 더 좋았을 듯?
별점 하나 까인 건 그 때문이다.
[새로 알게 된 것들]
(동의 안 하는 부분도 꽤 있으나 일단 내용 정리)

초기 인류가 동물을 사냥해 육류를 먹게 된 원인:
기후 변화로 기존에 채집해 먹던 과일과 식물 등을 더 이상 먹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음.
육류는 칼로리가 풍부하며, 저작 사이클이나 저작력도 덜 요구됨. 육식생활은 인류의 뇌를 (체구에 비해) 크게, 소화기관을 더 작게 진화시켰을 가능성이 있음.
콜럼버스를 시작으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생활 터전에 침범하기 시작한 유럽의 제국주의자들. 이때 유럽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이상한 신념에 빠져 유럽의 가축을 아메리카로 데려와 퍼뜨린다. 근거랍시고 내세운 게 일명 ’체액론‘.
원주민들이 왜 그렇게 자신들과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행동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스페인인들은 이른바 ’체액론‘을 들먹였다. (~) 신세계에서 나는 음식을 먹었다가 원주민처럼 변할 것으로 우려한 스페인인들은 아메리카를 식민화하면서 유럽의 가축을 데려오기 위해 상당히 공을 들였다. (57p)
여기저기 야생 동물이 돌아다니는 식민지의 땅은 침입자들에게는 거대한 사냥터와 다름없었다.
식민지 개척자들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며, 본래 부유층의 전유물이자 사치의 상징이었던 육류 소비가 급증한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서 가격이 폭등하기도 하고, 정육업의 자동화 및 수송 수단의 발달로 육류 공급이 증가하며 가격이 폭락하기도 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며 육류 소비가 대중화된다.

제1차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거치며 적색육 소비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대신 사람들은 닭을 비롯한 백색육으로 눈을 돌린다.
이전까지만 해도 닭고기는 농민들에게 그닥 호응받지 못했다. 닭은 죽었을 때보다 살아 있을 때 가치가 더 높았기에(꾸준히 알을 낳으므로).
그러나 양계업이 발달하고 육계가 각광받으며 닭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제2차세계대전 당시 (쇠고기와 돼지고기와 달리) 군용 제한이 없었던 가금류의 소비량이 폭증한 것은 덤이다.
스팸 등의 가공육, 맥도날드 등의 패스트푸드 매장이 흥행하면서 미국인의 일일 칼로리 섭취량도 크게 늘어난다.

<우리가 소금과 설탕, 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이유에 대한 가설>
1. 진화론적 설명: 당분이 풍부한 과일, 지방이 풍부한 고기를 좇고 상한 음식을 피하던 원시 인류의 흔적이다.
2. 단순노출 효과: 자라면서 노출되어 온 향미를 선호하게 된다. 달고 짜고 가공된 음식이 확산되며 이제는 기존의 성인들까지 덩달아 과일과 채소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입맛을 갖게 되었다.
<육류 소비 경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1. 정치: 대체로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주의자들에 비해 육류를 더 많이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오바마, 바이든 등이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채식을 강요하지 말라“는 비난을 들었다. 실제로는 그런 공약을 실행한 적 없음에도.
2. 성별: 팔, 가슴, 허벅지 등을 언급하며 여성의 신체 부위에 집착하는 가부장제 사회는 육식에도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통적으로 육류는 상류층의 음식이었으며 고기는 곧 권력이나 힘, 남성미 등의 이미지와 곧잘 이어졌다.
3. 종교: 성탄절 등 축제 기간에 ‘특별한 음식’이라는 명목으로 육류를 섭취한다. 고기를 보상처럼 치환하는 이런 방식이라면 원래 고기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점차 고기를 심리적으로 갈망하게 된다.
베러미트(우수 육류), 세포배양육 등 대체 육류도 활발히 나오고 있는데, 아직 과제가 남은 것도 사실이다.
1. 경제적 이유: 타산이 맞지 않음. 그렇게 좋은 기술이 있으면 의료계에 투자해야지 왜 시장 수요도 적은 대체 육류 개발에 쓰는가?
2. 심리적 이유: 공장에서 화학적으로 합성해낸 식품, 일명 “프랑켄푸드”를 향한 사람들의 거부감 문제.
3. 환경적 이유: 화석 연료를 이용해 생산하므로 장기적으론 환경 파괴를 가속화한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무분별한 육류 소비로 발생하는 환경 파괴에 비할 바는 못 된다.)

ps.
후기가 귀여움
다음에 올릴 책 제목의 음절 수: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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